사색노트/마음의 뜨락
시가 있는 아침
시리이
2007. 5. 21. 09:15
'하루살이'-이윤학(1965~ )
얼마나 열심히 죽어왔던가
그리고 얼마나 열심히 태어났던가
불빛을 둘러싸고
빙빙 도는 하루살이떼는
줄어들지 않는다
타 죽지 않으면
떨어져 죽을 목숨들에게
날개란 무엇인가……
삶이 한없이,
황홀해 보인다
하루살이의 하루가 사람의 오십 년쯤 혹은 백 년쯤 될 거라고 나는 생각하죠. 하루를 사는 동안 하루살이는 하루살이 역사 속의 무수한 '성(聖)하루살이'를 만나고, 치욕과 환희와 소소한 행복을 모두 경험할지도 몰라요. 그래도 하루는 너무 아쉬워. 하루 속에서 빛나는 하루살이의 날개가 오늘 내 등을 두드려요. 이봐, 날개를 어디에 둔 거야? 나는 부스럭대며 날개를 찾아요. 사람에게 빵과 장미가 모두 필요하듯이, 하루를 살 뿐이어도 기어코 날개를 갖는 성 하루살이를 경배해요. 김선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