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으로 사고 사망, 집중호우로 침수....
지금 이시각에도 땀방울을 흘리실 농민과 복구현장에서
수고하시는분들의 노고가 있으실겁니다.
내일 또 비가 내린다는데 걱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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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풍
詩 나희덕
바람아, 나를 마셔라
단숨에 비워내거라
내 가슴속 모든 흐느낌을 가져다
저 나부끼는 것들에게
주리라
울 수 있는 것들은 울고
꺾일 수 있는 것들은 꺾이도록
그럴 수도 없는 내 마음은
가벼워지고 또
가벼워져서
신음도 없이 지푸라기처럼 날아오르리
바람아, 풀잎 하나에나 기대어 부르는
나의 노래조차 쓸어가버려라
울컥울컥 내
설움 데려가거라
그러면 살아가리라,
네 미친 울음 끝
가장 고요한 눈동자 속에 태어나
기억의 자리
나희덕 詩
어렵게 멀어져간 것들이
다시 돌아올까봐
나는 등을 돌리고 걷는다.
추억의 속도보다는 빨리
걸어야 한다.
이제 보여줄 수 있는 건
뒷모습뿐, 눈부신 것도
등에 쏟아지는 햇살뿐일 것이니
도망치는 동안에만 아름다울
수 있는
길의 어귀마다
여름꽃들이 피어난다, 키를 달리하여
수많은 내 몸들이 피었다 진다.
시든 꽃잎이 그만
피어나는 꽃잎 위로 떨어져내린다.
휘청거리지 않으려고
걷는다, 빨리, 기억의 자리마다
발이 멈추어선 줄도 모르고
예전의 그 자리로 돌아온 줄도 모르고
무소유...
詩 이정하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소유하려고는 하지 마라
그 소유하려고 하는 마음에 고통이 생기나니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 두 마리가 서로 사랑을 했네
추위에 떠는 상대를 보다 못해 자신의 온기만이라도 전해주려던
그들은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상처만 생긴다는 것을 알았네
안고 싶어도 안지 못했던 그들은 멀지도 않고 자신들의 몸에 난
가시에 다치지 않을 적당한 거리에 함께 서 있었네
비록 자신의 온기를 다 줄 수 없어도 그들은 서로 행복했네
사랑은 그처럼 적당한 거리에 서 있는 것이다.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것이다.
가지려고, 소유하려고 하는 데서 우리는 상처를 입는다.
나무들을 보라
그들도 서로 적당한 간격으로 떨어져 있지 않은가
함께 서 있으나 너무 가깝게 서 있지 않는 것.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고 그늘을 입히지 않는 것
그렇게 사랑해야 한다.
그래야 사랑이 오래간다.
'내가 길이 되어 당신께로' 중...
바람 속을 걷는 법
詩 이정하
그대여, 그립다는 말을 아십니까.
그 눈물겨운 흔들림을 아십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집 밖을 나섰습니다.
마땅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걷기라도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함께 걸었던 길을 혼자서 걷는 것은
세상 무엇보다 싫었던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잊었다
생각했다가도 밤이면 속절없이 돋아나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천 근의 무게로 압박해오는
그대여,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당신을
가두고
풀어주는 내 마음감옥을 아시는지요
잠시 스쳐간 그대로 인해 나는 얼마나 더
흔들려야 하는지. 추억이라 이름 붙인 것들은
그것이
다시는 올 수 없는 까닭이겠지만
밤길을 걸으며 나는 일부러 그것들을
차례차례 재현해봅니다. 그렇듯 삶이란 것은,
내가 그리워한
사랑이라는 것은
하나하나 맞이했다가 떠나보내는 세월 같은 것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만 남아
떠난 사람의 마지막 눈빛을
언제까지나 떠올리다
쓸쓸히 돌아서는 발자국 같은 것.
그대여, 그립다는 말을 아십니까
그 눈물겨운 흔들림을 아십니까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詩
이정하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치고 싶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잎보다 먼저 꽃이 만발하는 목련처럼
사랑보다 먼저 아픔을 알게 했던,
현실이 갈라놓은 선 이쪽
저쪽에서
들킬세라 서둘러 자리를 비켜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가까이서 보고 싶었고
가까이서 느끼고 싶었지만
애당초 가까이 가지도 못했기에 잡을 수도 없었던,
외려
한 걸음 더 떨어져서 지켜보아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음악을 듣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무슨 일을 하든간에 맨 먼저 생각나는 사람,
눈을 감을수록 더욱
선명한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기어이 접어두고
가슴 저리게 환히 웃던,
잊을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빛은 그게 아니었던,
너무도 긴 그림자에 쓸쓸히 무너지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겠지만
내가 지칠때 까지 끊임없이 추억하다
숨을 거두기 전까지는
마지막이란 말을
절대로 입에 담고 싶지 않았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부르다 부르다 끝내 눈물 떨구고야 말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詩 정호승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겨울밤은 깊어서 눈만 내리고
돌아갈 길 없는 오늘 눈오는 밤도
하루의 일을 끝낸 작업장 부근
촛불도
꺼져가는 어두운 방에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절망도 없는 이 절망의 세상
슬픔도 없는 이 슬픔의 세상
사랑하며 살아가면 봄눈이 온다.
눈 맞으며
기다리던 기다림 만나
눈 맞으며 그리웁던 기다림 만나
얼씨구나 부등켜안고 웃어 보아라
절씨구나 뺨 부비며 울어 보아라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봄 눈 내리는 보리밭 길 걷는
자들은
누구든지 달려와서 가슴 가득히
꿈을 받아라
꿈을 받아라.
날마다 좋은날 되소서_()_
가끔은
새벽에 시가 부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