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노트/마음의 뜨락

좋은글 ㅣ 오래 말하는 사이

시리이 2005. 7. 14. 09:20

    
    
      오래 말하는 사이
      
      
      
                      詩 신달자 
      너와 나의 깊은 왕래를 말로 해왔다 
      오래 말 주고받았지만 
      아직 목마르고 
      오늘도 우리의 말은 지붕을 지나 바다를 지나 
      바람 속을 오가며 진행중이다 
      종일 말 주고 준 만큼 더 말을 받는다 
      말과 말이 섞여 비가 되고 바람이 되고 
      때때로 계절 없이 눈 내리기도 한다 
      말로 살림을 차린 우리 
      말로 고층 집을 지은 우리 
      말로 예닐곱 아이를 낳은 우리 
      그럼에도 우리 사이 왠지 너무 가볍고 헐렁하다 
      가슴에선 가끔 무너지는 소리 들린다 
      말할수록 간절한 건들 
      뭉쳐 돌이 되어 서로 부딪친다 
      돌밭 넓다 
      산은 달아나고 뼈는 우두둑 일어서는 
      우리들의 고단한 대화 
      허방을 꽉 메우는 진정한 말의 
      비밀번호를 우리는 서로 모른다 
      진정이란 말을 두려워하는 
      은폐의 늪 그 위에 
      침묵의 연꽃 개화를 볼 수 있을까 
      단 한마디만 피게 할 수 있을까 
      그 한마디의 독을 마시고 
      나란히 누울 수 있을까
       작성 : 如蓮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