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노트/마음의 뜨락

김재진 시인의 모음집.

시리이 2004. 12. 25. 15:51


    
         
         
    사랑하는 사람에게
              
                                  詩 김재진
         
    당신 만나러 가느라 서둘렀던 적 있습니다. 
         
    마음이 먼저 약속 장소에 나가 
         
    도착하지 않은 당신을 기다린 적 있습니다. 
         
    멀리서 온 편지 뜯듯 손가락 떨리고 
         
    걸어오는 사람들이 다 당신처럼 보여 
         
    여기에요, 여기에요, 손짓한 적 있습니다. 
         
    차츰 어둠이 어깨 위로 쌓였지만 
         
    오리라 믿었던 당신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입니다. 
         
    어차피 삶 또한 그런 것입니다. 
         
    믿었던 사람이 오지 않듯 
         
    인생은 지킬 수 없는 약속 같을 뿐 
         
    사랑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실망 위로 또 다른 실망이 겹쳐지며 
         
    체념을 배웁니다. 
         
    잦은 실망과 때늦은 후회, 
         
    부서진 사랑 때문에 겪는 
         
    아픔 또한 아득해질 무렵 
         
    비로소 깨닫습니다. 
         
    왜 기다렸던 사람이 오지 않았는지, 
         
    갈망하면서도 왜 아무것도 이루어지는 것이 없는지, 
         
    사랑은 기다림만큼 더디 오는 법 
         
    다시 나는 당신을 만나기 위해 나갑니다.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남아 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아프지 않고       마음 졸이지도 않고       슬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온다던 소식 오지 않고 고지서만 쌓이는 날       배고픈 우체통이       온종일 입 벌리고 빨갛게 서 있는 날       길에 나가 벌 받는 사람처럼 그대를 기다리네       미워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외롭지 않고 지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까닭 없이 자꾸자꾸 눈물만 흐르는 밤       길에 서서 허염없이 하늘만 쳐다보네       걸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따뜻한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너를 만나고 싶다       나를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사소한 습관이나 잦은 실수,       쉬 다치기 쉬운 내 자존심을 용납하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직설적으로 내뱉고선 이내 후회하는       내 급한 성격을 받아들이는       그런 사람과 만나고 싶다.       스스로 그어 둔 금 속에 고정된 채       시멘트처럼 굳었거나 대리석처럼 반들거리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 헤치고       너를 만나고 싶다.       입꼬리 말려 올라가는 미소 하나로       모든 걸 녹여버리는 그런 사람.       가뭇한 기억 더듬어 너를 찾는다.       스치던 손가락의 감촉은 어디 갔나.       다친 시간을 어루만지는       밝고 따사롭던 그 햇살.       이제 너를 만나고 싶다.       막무가내의 고집과 시퍼런 질투,       때로 타오르는 증오에 불길처럼 이글거리는       내 못된 인간성을 용납하는 사람,       덫에 치여 비틀거리거나       어린아이처럼 꺼이꺼이 울기도 하는       내 어리석음 그윽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 살아가는 방식을 송두리째 이해하는       너를 만나고 싶다.

          행복한 접속 되셨기를...       인사다니지 못할 것 같습니다.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웃을 수 있는 일이 없어도       웃음거리 만들어       웃음 함께 나누시는 시간보내십시요.

    웃음과 사랑, 행복이 가득하신 나날들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