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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탈출을 위한 플래쉬 촬영 방법 - 3

시리이 2006. 5. 23. 15:13

4. 인물 사진을 위한 주간의 실외 플래쉬 사용

이 글에서는 주로 화창한 날, 인물 사진 위주의 실외 플래쉬 사용에 대하여 언급하려 합니다. 날씨가 궂은 날이나 어두워지는 저녁 무렵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으니..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1) 왜 밝은 실외에서 플래쉬를 사용할까?

이에 대한 설명은.. 먼저 실외에서 플래쉬 없이 촬영한 인물 사진의 예를 드는 것으로 시작하겠습니다.

i) 태양광이 인물의 얼굴 정면을 비추는, 이른바 '순광' 상태에 촬영한 인물 사진은.. 대개 눈이 부셔서 표정을 찡그린 사진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자연스런' 표정을 담아낸 인물 사진이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인물이 무의식중에 약간 고개를 숙이기도 해서.. 때로는 코 밑의 그림자나 광대뼈가 보기싫게 두드러져 보입니다.

ii) 인물의 바로 옆에서 광선이 비춰지는 '측면광' 상태는 어떨까요? 측면광에서 촬영된 촬영된 인물 사진은 얼굴에서 이목구비의 그림자가 더욱 큽니다. 게다가.. 얼굴의 여드름이나 잡티가 부각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것은 특별한 연출 사진을 제외하고는 여성의 인물 사진에서 측면광이 잘 쓰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측면광은 인물의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만들고 사물의 질감 묘사에도 우수한 광선이지만.. 여기서는 단점만을 뽑아내어 말씀드립니다.)

iii) 끝으로 '역광'을 예로 들겠습니다. 역광은 참 장점이 많습니다. 인물의 머리나 어깨 위로 광선이 떨어지면 인물의 윤곽도 잘 살아납니다. 전체적으로 얼굴이 평면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물이 눈부셔하지 않아서 표정을 자유롭게 지을 수 있습니다. 적정 노출만 잘 맞추어 찍는다면 렌즈에 플레어가 생기지 않는 한.. 좋은 인물 사진이 나옵니다.

저는 초보 사진가분들에게 주간 실외 촬영에서 가급적 '순광' 상태의 인물 사진만은 피할 것을 조언 드리고 싶습니다. 인물과 배경의 노출 차이가 적어.. 노출 실패의 확율이 가장 적은 광선이지만.. 인물의 풍부한 표정을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인물 사진.. 소위 '포트레이트' 사진은 역광이나 반역광 상태에서 촬영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대개 아침이나 오후 무렵에 이런 각도의 광선이 나옵니다. 보통의 야외 웨딩 사진도 이 시간에 즈음해서 많이 찍습니다.
웨딩 사진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말씀 더 드리겠습니다. 웨딩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을 옆에서 구경하고 있자면.. 촬영자의 조수로 보이는 사람이 큼직한 반사판을 들고 신랑 신부를 비추는 것을 흔히 보게됩니다.

반사판!! 사실.. 이 반사판과 반사판을 들고 있을 동료만 있다면 주간의 인물 사진에서 플래쉬를 쓸 일은 거의 없습니다. 반사판에 반사된 태양광은 사용하는 각도에 따라 인물의 얼굴 모습을 잘 표현해줄 뿐만 아니라, 부드러운 광선인 만큼 '부드러운 그림자'를 만들기 때문에 사진이 자연스럽습니다.
게다가 인물의 눈동자에 멋진 '캐취라이트'를 만드는 데에도 일조를 합니다.
(이 때문에 반사판을 두 개 이상 쓰기도 합니다.)

자.. 이쯤 되면 왜 밝은 실외에서 플래쉬를 쓰는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다른 이유를 찾을 수도 있지만.. 대체로 주간 실외 촬영에서 '플래쉬'는 반사판의 대용품인 것입니다.

야간이나.. 실내 플래쉬 촬영에서 플래쉬 광선이 주조명이라면, 주간의 실외 플래쉬 촬영에서는 플래쉬 광선이 어디까지나 보조조명입니다. 플래쉬를 보조조명으로 사용하면 인물의 모습을 훨씬 다양하고 멋지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이 말씀을 드리기 위해 사설이 길었습니다.)

2) 필 플래쉬의 특징과 사용 방법

플래쉬의 광선을 보조조명으로 사용하는 것을 '필 플래쉬(Fill Flash)'라고 합니다.
필 플래쉬의 기본은 플래쉬를 주조명으로 사용할 때보다 플래쉬 광량을 -1 스텝 보정하는 것입니다.
촬영자의 연출 의도에 따라 가감이 있겠지만.. 주간 실외 촬영의 주조명은 어디까지나 태양광이고 플래쉬는 사진에서 '쓴 듯 안쓴 듯' 사용합니다.
기본적인 '실내 플래쉬 촬영'의 요령을 익힌 분이라면 아마 그다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연출'이라는 의미에서는 더 어렵지만 말입니다..)

- 플래쉬 없는 촬영과 마찬가지로.. 역광이나 반역광 상태에서는 인물 얼굴의 노출값을 기준으로 한다.

- 역광이나 반역광에서는 매뉴얼 플래쉬나 TTL 플래쉬가 좋다.

AUTO 플래쉬는 수광부 센서에 태양광이 직접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AUTO 플래쉬의 수광부를 막고 매뉴얼 플래쉬처럼 사용하는 팁도 있습니다.)

- 주간 실외 플래쉬 사용에는 당연히 빠른 동조속도가 필요하다.

1/125 이상의 동조속도가 지원되는 바디가 편리하다.

동조속도가 느리면 조리개를 조여야 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표현에 제약이 생긴다.

최근의 AF 카메라는 전용 플래쉬와 연동하여 대단히 빠른(!) 동조속도를 제공하기도 한다.

- 인물의 얼굴에 그림자가 있는 경우.. '그림자를 옅게 하는' 기분으로 사용한다.

얼굴의 어두운 부분의 디테일을 살린다는 느낌이다.

- 유무선동조를 이용하여 플래쉬를 카메라 멀리서 터뜨리는 경우..

광량이 많다면 자칫 인물의 얼굴에 그림자를 만들 수도 있다.

인물의 얼굴에 보조광선인 '플래쉬'로 인한 그림자가 생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플래쉬가 주조명인 경우에는 플래쉬의 위치에 제한이 많지만..

보조광으로 사용할 때에는 위치 선택이 자유롭다. 따라서 표현할 수 있는 영역도 넓어진다.

(인물의 얼굴 아래에서 발광해도 됩니다. 물론 약하게!!)

- 필요하다면 '부드러운' 광선을 만들기 위해 디퓨저 등을 장착하여 사용한다. (추천합니다.)

가령 역광 상태의 인물이 있다면.. 반사판을 활용하는 경우에는

 반사판의 위치를 결정하여 인물에게 비추고.. 인물의 얼굴 노출값에 맞추어 촬영하면 됩니다.

필 플래쉬 사용은 이보다 조금은 번거롭습니다.
역광에서 F 5.6 에 1/125 이 얼굴의 적정 노출값이라면..

셔터는 고정하고 플래쉬는 -1스텝이나 그 이하 값으로 보정하여 터뜨립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플래쉬를 터뜨리지 않은 상태의 노광이야말로 적정 노출이고..

플래쉬를 터뜨린 상태는 반스텝이나 그 이하 값으로 오버가 됩니다.
그러나 인물 사진의 경우 일부러 '하이 키' 상태로 얼굴을 하얗게 날리는 경우도 있고...
(프로필 사진과 웨딩 사진에서 많이 쓰는 방법이지요..)
네거필름이라면 반스텝 이하의 오버는 별로 문제가 안됩니다.

오히려.. 필 플래시 사용의 관건은 얼마나 근사하게 인물의 모습을 잡아내느냐입니다.
주위의 사람들을 모델로 촬영할 때를 생각해봅니다. 플래쉬를 장착한 카메라를 들이대면..

아마 말은 안해도 속으로는 '대낮에 무슨 플래쉬?' 할 것입니다.
이렇게 저렇게 포즈를 요구하며 힘들게 촬영하였는데..

정작 인화물이 나오고 보니 자연광만으로 찍은 사진보다 '못하다'는 느낌이 나오면...

정말 창피할겁니다.
고로... 주간의 플래쉬 사용도 다른 사진 촬영 방법과 마찬가지로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이상으로 '초보 탈출을 위한 플래쉬 촬영 방법' 연재를 끝맺습니다.

사실, 이번 연재 내용은 어제 다 써놓았습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 이제 게시판에 올리려고 다시 읽어보니..

글의 내용이 좀 적당하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유인즉, 플래쉬가 주조명으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플래쉬 사용 방법이 한정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주간 플래쉬는 '보조조명'의 역할인데...

이 보조조명을 사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촬영자의 '연출 의도'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진 경력이 오래되신 고수분들이야 옥석을 가리는 능력이 있으시니 별로 문제가 안되지만..
(아마.. 읽는 분도 거의 안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초보 회원님들께서 저의 글을 읽고 자칫 주간 플래쉬

 - 보조 조명의 사용은 '반드시 이렇게' 해야만 하는 것으로 아실까 해서 걱정이 들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진에 정답은 없습니다.

저는 한때 '쨍한 사진'에 심취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오로지 샤프한 느낌의 사진만이 좋은 사진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종군 사진가로 유명한 '로버트 카파'는 일부러 사진을 흔들리게 해서..

 오히려 전장의 긴박한 분위기를 살렸다는 일화를 남겼습니다.
(이 방법은 현대의 종군 사진기자들도 종종 써먹는다고 합니다.)

다음 회를 약속드린 마당에 꽁무니를 뺄 수는 없고.. 참 난감하더군요.
해서.. 원래 써놓았던 글에서 많이 고쳐 게시판에 올립니다.
(광선에 대한 해석 부분은 지금도 삭제하고 싶습니다..)
부디 초보 회원님들께서는 '이런 것도 있다' 정도로만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