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노트/마음의 뜨락

아홉살 인생

시리이 2006. 6. 19. 08:42

 

    이 책이 나온 지 햇수로 십 년이 되었습니다.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책을 찾는 분들이 있고

    더구나 해를 거듭할수록 독가가 늘고 있다고 하니,
    작가로로서는 이것만큼 더 반가운 일도 없겠지요.
    작가라면 누구나 자기 작품이 많이 팔리기보다
    오래 남기를 더 바리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십 년 세월이 만만치 않은 만큼 책의 장정이나 편집이
    요즘세태에 맞지 않게 좀 낡아 보였던 모양인지,
    출판사에서 외양을 다시 꾸며 개정판을 찍겠다 하더군요.
    십년의 세월을 버텨 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는 이 책이 참 대견하고 기특해 보이는데,
    이제 모양까지 그럴싸해진다니 그보다 좋은 일은 없겠지요.
     그러나 정작 글을 쓴 사람은
    십 년을 아무 한 일 없이 보낸 느낌이어서 민망스럽습니다.
    그동안 여러 독자분들로부터 '나는 열살이 되었다,
    그래서......' 에 이어지는 뭐가 없느냐는 다그침도 받았답니다.
    속편 같은 것은 애초에 쓸 생각도 없었으나,
    어쨌든 마흔 줄에 접어들며 최근에야 두 번째 소설책을 냈답니다.
    애기는 달라도 제게는 '열살 인생'이나 다름없는 책이지요.
     이런 게으른 자세로 쓰다가는 쉰이나 되어야
    또 한 권 내게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만,
    인생 이야기라는 것은 역시 곰탕처럼
     푹 고아야 국물 맛이 제대로 우러나는 게 아닐까 자위해 봅니다.
     열심히 살고, 열심히 쓰겠습니다.
      십 년 전이나 십 년 뒤에나
    우리네 인생이 뭐 그리 크게 달라질 일이 있겠습니까,
     아이는 자라고 어른은 늙고, 상처는 아물고, 새살은 돋고,
    살아온 흔적은 잔뜩 쌓이고,
     살아갈 길은 눈앞에 아득히 펼쳐져 있고...... 다 그런 거지.
    해묵은 후기와 똑같은 말을 반복할 도리밖에 없겠군요.
     마흔 살 인생은 마음 똘똘하게 다져먹고 좀더 잘 살아봐야지!

    2001년 벽두에, 위치철-개정판을 내며-


    이 책을 쓴 위기철은 1980년 중반부터 진보성향의 잡지,
    신문에 콩트, 칼럼을 쓰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노동자 이야기주머니' '철학은 내 친구' '반갑다, 논리야'등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책과 '청년 노동자 전태일'
    '생명이 들려준 이야기' '신발 속에 사는 악어' 등의 어린이 책을 썼다.
     '아홉살 인생'은 그의 첫 장편소설이며,
    다른 장편소설로는 '고슴도치'가 있다.

     

    아홉살 인생
    출판 청년사 홈페이지 http://www.ypub.co.kr


    "나는 낡아빠진 이불 보따리, 자질구레한 살림살이와 더불어
     내가 살아야 할 가파른 세상으로 낑낑거리며 올라갔다."
    진실한 거짓말쟁이 신기종, 골방에 갇혀 천하를 꿈꾸던 골방철학자,
    사랑스런 허영쟁이 장우림, 아버지를 죽이고 싶어 했던 검은 제비,
     내가 얻은 별명, 노란네모......
    그곳에서 아홉살짜리가 배운 삶의 이야기.
    -책표지에서-


    나는 태어날까 말까를 내 스스로 궁리한 끝에 태어나지는 않았다.
    어떤 부모, 어떤 환경을 갖고 태어날까의 문제 또한 마찬가지이다.
     어느 정도 생각하는 능력을 갖게 되었을 때,
    나는 이 모든 것들이 이미 결정되어 있음을,
    그리고 결코 되물릴 수 없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다섯 살 이전의 이릉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세상에 태어난 뒤 다섯 해 동안은
    마치 자욱한 안개 속에 파둠혀 있는 듯한 느낌이다.
     
    서양의 어떤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지나치게 행복 했던 사람이 아니라면,
    아홉 살은 이세상을 느낄 만한 나이이다."
    다행히 내 아홉 살은 지나치게 행복했던 편은 아니었고,
    그리하여 나 또한 세상을 느끼기 시작했다.


     "죽음이나 이별이 슬픈 까닭은,
    우리가 그 사람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해줄 수 없기 때문이야.
    잘해주든 못해 주든,
    한번 떠나 버린 사람한테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지......,
    사랑하는 사람이 내 손길이 닿지 못하는 곳에 있다는
    사실때문에 우리는 슬픈 거야......."

     

     

     

    골방에 갇혀 천하를 꿈꾼들 무슨 소용 있으랴.
    현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욕망은
    우리 마음속에 고이고 썩고 응어리지고 말라비틀어져,
    마침내는 오만과 착각과 몽상과 허영과 냉소와 슬픔과 절망과
    우울과 우월감과 열등감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때로는 죽음나저 물러오기도 한다.
    골방 속에 간힌 삶......
    아무리 활달하게 꿈꾸어도,
    골방은 우리의 삶을 푹푹 썩게 하는 무덤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구?-- 상상은 자유지만, 자유는 상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은 서로 만나고 힘을 보태고,
    그리고 강해진다.
    그러한 세상살이 속에 사람은
    결코 외톨이도 고독한 존재도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위안이 된다.
    그리고 인생이 갑자기 아름다워진다.
    오누이는 하상사의 왼팔이 되어 줄 것이며,
    하상사는 오누이의 부모가 되어 줄 것이다.

     


    어머니한테는 말하지 않았지만,
    사실 나는 그동안 숲 속에서 아주 중요한 걸 하나 배웠던 것이다.
    -어떤 슬픔과 고통도 피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회피하려 들 때 도리어 더욱 커진다는 사실!

     

    ........................

     


    물론 아홉 살이 끝났다고 해서,
    내 인생마저 끝난 것은 아니다.
    인생에는 죽는 순간까지 단절이 없다.
    그냥 쭈욱 진행되는 과정이다.
    그 과정 속에는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고, 낭만도 잇고, 고통도 있고,
    욕망도 있고, 좌절도 있고, 사랑도 있고, 증오도 있다.
     그러나 인생의 어느 한 측면만을 지나치게 과장해,
    그것이 인생의 전부이리라 착각할 필요는 없다.
    기쁨 때문에, 슬픔 때문에, 낭만 때문에, 고통 때문에,
    욕망 때문에, 좌절 때문에, 사랑 때문에, 증오 때문에.....
    또는 과거 때문에, 현재 때문에, 미래 때문에.....
    혼자만의 울타리를 쌓으려 드는 것은 더더욱 어리석은 짓이다.
    못된 거인이 정원에 울타리를 쌓자 봄이 오지 않았던가.


    -책 뒤에-

     

    현실에 만족한 사람은 인생에 대해 아무런 질문도 던지지 않는다.
    아쉬운 게 없으니까.
    ...
    아홉은 정말 묘한 숫자이다.
    아홉을 쌓아 놓았기에 넉넉하고, 하나밖에 남지 않았기에 헛헛하다.
    그 아홉이 지나면 또다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기에 불안하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이건 모두 십진법의 숫자 놀음에 지나지 않지만,
    그게 때때로 우리를 공포스럽게 만들곤하니 우습다.
    이게 다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탓이리라.
    비단 숫자뿐 아니라, 우리네 인생에서
    어떤 출발점과 도달점에 연연해하는 것부터가
    고정관념의 산물이 아닐까싶다.
    도달점에 닿는 순간,
    그건 곧 출발점이 되고 마니까.
    그래서 우리네 인생은 중단없이 쭈욱 진행되는 과정일 뿐인 것이다.
    서른 살 인생은 마음 똘똘하게 다져먹고 좀더 잘 살야지
    -1991년 초가을-

     

    책갈피 한 것입니다.

     

    활기찬 한 주 보내십시요^^

     

     

     

    주인공 백여민은 아홉 살짜리 소년이다. 여민이네는 아버지의 친구집에서 얹혀 살다가 산동네 높은 곳에 위치한 집에 정착하여 살게 된다. 이 산동네의 산꼭대기에 살면서 여민이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욕망과 현실의 사이에서 갈등하다 자살한 골방 철학자, 자식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외롭게 살다가 죽은 토굴할매, 무허가 건물이라는 걸 속이고 가난한 산동네 사람들을 괴롭히는 풍뎅이 영감, 학생을 부잣집 아이냐 아니냐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는 월급기계 선생, 어린아이의 코 묻은 돈마저 자신의 뱃속을 채우려는 산지기, 세상사를 상상으로 사는 진실한 거짓말 장이지만 누이와 외롭고 힘들게 살아가는 기종이, 허영심이 많고 도도한 여민이의 첫사랑 우림이, 산동네의 대장이지만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잃고 가장노릇을 위해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채 공장으로 돈 벌러 나간 검은 제비, 월남전에서 한팔을 잃었지만 기종의 누이를 사랑하는 정 많은 외팔이 하상사, 불쌍함을 알고 세상을 향해 당당히 나설 수 있는 여민이네 부모..

    하루는 학교를 빼먹고 자신만의 아지트인 숲에서 홀로 지내는 생활을 해보면서 세상이 아무리 힘들어도 홀로 산다는 건 너무나도 어리석은 생활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어떤 슬픔과 고통도 피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것을 우리가 회피하려 들 때 도리어 커진다는 사실도 배우게 된다. 어떻게 그 나이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누구나 이 책의 제목만 보고도, ‘나의 아홉살은 어떠했던가?’ 하는 생각을 먼저 가지게 될 것이다. 내가 아홉살 때에는 무엇을 하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독후감 출처..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이름을 알수가 없었는데...
    다시 한 번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헐렁하게 읽었나보다..이 머리를 어디에 쓸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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