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노트/마음의 뜨락

시 ㅣ 그리운 바다 성산포

시리이 2005. 1. 23. 16:44
연화



그리운 바다 성산포 詩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 눈으로 살자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절망을 만들고

바다는 절망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를 보고 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 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 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놔 두었다



三 百 六 十 五 日

두고 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 평생

두고 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정말 많이도 읽으면서 울었던 기억에.... 이곳에..


      좋은 시간 보내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