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노트/마음의 뜨락

시 ㅣ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시리이 2005. 6. 24. 13:05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詩 황순정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가능하다면 꽃밭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숲이 있으면 좋겠어 
    개울 물소리 졸졸거리면 더 좋을 거야
    잠 없는 난 당신 간지럽혀 깨워 
    아직 안개 걷히지 않은 아침 길 
    풀섶에 달린 이슬 담을 병 들고 산책해야지
    삐걱거리는 허리 주욱 펴보이며
    내가 당신 "하나 두울~~" 체조시킬 거야
    햇살이 조금 퍼지기 시작하겠지
    우리의 가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짝일 때 
    나는 당신의 이마에 오래 입맞춤하고 싶어
    사람들이 봐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아주 부드러운 죽으로 
    우리의 아침 식사를 준비할 거야 
    이를테면 쇠고기 꼭꼭 다져 넣고 
    파릇한 야채 띄워 야채 죽으로 하지 
    깔깔한 입 안이 솜사탕 문 듯할 거야
    이때 나직이 모짜르트를 울려 놓아야지 
    아주 연한 헤이즐럿을 내리고 
    꽃무늬 박힌 찻잔 두 개에 가득 담아 
    이제 잉크 냄새 나는 신문을 볼 거야 
    코에 걸린 안경 너머 당신의 눈빛을 읽겠지
    눈을 감고 다가가야지 
    서툴지 않게 당신 코와 맞닿을 수 있어 
    강아지처럼 부벼 볼 거야 
    그래 보고 싶었거든...
    해가 높이 오르고 
    창 깊숙이 들던 햇빛 물러설 즈음 
    당신의 무릎을 베고 오래오래 낮잠도 자야지
    아이처럼 자장가도 부탁해 볼까...? 
    어쩌면 그때는 창 밖의 많은 것들
    세상의 분주한 것들 
    우리를 닮아 아주 조용하고 아주 평화로울 거야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당신의 굽은 등에 기대 울고 싶어 
    장작불 같던 가슴,
    그 불씨 사그러들게 하느라 참 힘들었노라 
    이별이 무서워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노라 
    사랑하기 너무 벅찬 그때
    나 왜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말할 거야
    겨울엔 백화점에 가서 
    당신의 마른 가슴 덥힐 스웨터를 살거야
    잿빛 모자 두 개 사서 하나씩 쓰고 
    강변 찻집으로 나가 볼 거야 
    눈이 내릴까... 
    봄엔 당신 연베이지빛 점퍼 입고 
    나 목에 겨자 빛 실크 스카프 메고 
    이른 아침 조조 영화를 보러갈까...?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같은
    가을엔 희끗한 머리 곱게 빗고 
    헤이즐럿 보온병에 담아 들고 
    낙엽 밟으러 가야지 
    저 벤치에 앉아 사진 한번 찍을까 
    곱게 판넬하여 창가에 걸어 두어야지 
    그리고 그리고 서점엘 가는 거야
    책을 한아름 사서 들고 서재로 가는 거야
    나 늙으면 그렇게 그렇게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시인을 알수 없어 올리지 않았던 시입니다.
    확실한지 아직 살펴보지 못하였습니다.
    뒤돌아보면 현실과 이상사이에서 
    미로여행하고 있는 것을 깨닭기도 합니다.
    꿈이 현실이 되기를 바란 적은 없으셨나요?
    가끔은 생각하여 봅니다.
    늘 행복한 시간속에 서있는 나의 모습을....
    다녀가시는 모든 분들
    삼쾌하시고 행복한 오늘의 시간을 담아 보십시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