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노트/마음의 뜨락

이광호의 새 시집 읽기 l 정류장

시리이 2005. 7. 3. 09:54
tea tea welcome

 

오늘도 좋은 하루, 알찬 접속 되시기를....

      이광호의 새 시집 읽기
       정류장
        詩 황학주
      한 남자가 신문을 보고 있다
      버스가 올 때 마다 
      신문지가 접히며 드러나는 미간
      파인 뿌리처럼 드러난
      둥근 무릎과 복숭아뼈를
      나무 그늘이 깍지 껴 안고 있다
      달강 정류장에 앉아
      내 눈썹을 밝으며 오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시집 '루시' 솔 출판사
      기다림의 정류장에서
      당신이 올 그 길을 봅니다.
      
      세상의 길 위에는 정류장이 있다. 
      그곳은 사람이 떠나고 내리는 곳, 
      혹은 사람을 떠나보내거나 마중하는 곳이다. 
      정거장에는 이별과 기다림이 함께 있다. 
      그래서 그곳은 삶의 지도 위에서 가장 쓸쓸하고 
      절실한 시간의 한 지점을 가리킨다. 
      정거장에 서면, 걸어온 길과 걸어가야 할 
      길의 굴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곳에서는 우리 모두가 
      나그네의 운명을 타고났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시인 기형도는 
      '모든 길들이 흘러온다, 
      나는 이미 늙은 것이다'라고 
      '정거장의 충고'를 노래했던 것일까?
      황학주 시인의 정류장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곳이다. 
      기다리는 남자는 신문을 보고 있다.
       신문으로 가려진 얼굴은 
      버스가 도착할 때마다 드러난다. 
      신문은 남자의 기다림의 표정을 덮고 있지만, 
      버스가 도착하면 남자는 고개를 내밀게 된다. 
      그남자의 하체는 
      그의 고단한 생애를 요약적으로 보여준다. 
      '파인 뿌리'처험 드러난 둥근 무릎과
       복숭아뼈를 가진 남자의 한 생애. 
      그늘은 아마도 그남자의 
      고단한 생애를 껴안고 있을 것이다.
      '달강'이라는 아름다운 어감의 지명이 
      어디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 기다림의 장소에서 
      '당신'은 내 눈썹을 밟으며 온다.
       '눈썹'은 내 눈의 가장 가까운 곳이면서, 
      내가 볼 수 없는 지점이다. 
      '눈'은 언제나 기다리는 사람을 향해 
      먼길을 당겨온다. 
      그남자에 대해 말하던 시는 
      이 제 1인칭의 어조로 바뀌어 버린다. 
      이 정류장의 풍경 속에서 기다리는 남자는 
      '그'이면서 또한 '나'였고, 
      '당신'은 아직 오지 않고 있다.
      문학평론가 · 서울예대 교수
      작성: 여연화
      직접 활자를 보고 두드린 것이며,
      함께 나누고자 만든 것이니,
      어여쁘게 보아 주시고 
      저작권법 위배시에는 언제라도 삭제하겠습니다.
      양해를 구합니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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