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노트/마음의 뜨락

시리이 2006. 7. 11. 13:12

       

      태풍으로 사고 사망, 집중호우로 침수....

      지금 이시각에도 땀방울을 흘리실 농민과 복구현장에서

      수고하시는분들의 노고가 있으실겁니다.

      내일 또 비가 내린다는데 걱정이네요.

      _()_

       

       

      태 풍
           

                詩 나희덕

       

      바람아, 나를 마셔라
      단숨에 비워내거라
      내 가슴속 모든 흐느낌을 가져다
      저 나부끼는 것들에게 주리라
      울 수 있는 것들은 울고
      꺾일 수 있는 것들은 꺾이도록
      그럴 수도 없는 내 마음은
      가벼워지고 또 가벼워져서
      신음도 없이 지푸라기처럼 날아오르리
      바람아, 풀잎 하나에나 기대어 부르는
      나의 노래조차 쓸어가버려라
      울컥울컥 내 설움 데려가거라
      그러면 살아가리라,
      네 미친 울음 끝
      가장 고요한 눈동자 속에 태어나

       


       

       

       

       


      기억의 자리 


                    나희덕 詩
       
      어렵게 멀어져간 것들이
      다시 돌아올까봐
      나는 등을 돌리고 걷는다.
      추억의 속도보다는 빨리 걸어야 한다.
      이제 보여줄 수 있는 건
      뒷모습뿐, 눈부신 것도
      등에 쏟아지는 햇살뿐일 것이니
      도망치는 동안에만 아름다울 수 있는
      길의 어귀마다
      여름꽃들이 피어난다, 키를 달리하여
      수많은 내 몸들이 피었다 진다.
      시든 꽃잎이 그만
      피어나는 꽃잎 위로 떨어져내린다.
      휘청거리지 않으려고
      걷는다, 빨리, 기억의 자리마다
      발이 멈추어선 줄도 모르고
      예전의 그 자리로 돌아온 줄도 모르고

       

       

       

       

       

      무소유... 
                   詩 이정하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소유하려고는 하지 마라
      그 소유하려고 하는 마음에 고통이 생기나니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 두 마리가 서로 사랑을 했네
      추위에 떠는 상대를 보다 못해 자신의 온기만이라도 전해주려던 그들은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상처만 생긴다는 것을 알았네
      안고 싶어도 안지 못했던 그들은 멀지도 않고 자신들의 몸에 난
      가시에 다치지 않을 적당한 거리에 함께 서 있었네
      비록 자신의 온기를 다 줄 수 없어도 그들은 서로 행복했네

      사랑은 그처럼 적당한 거리에 서 있는 것이다.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것이다.
      가지려고, 소유하려고 하는 데서 우리는 상처를 입는다.
      나무들을 보라
      그들도 서로 적당한 간격으로 떨어져 있지 않은가
      함께 서 있으나 너무 가깝게 서 있지 않는 것.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고 그늘을 입히지 않는 것
      그렇게 사랑해야 한다.
      그래야 사랑이 오래간다.

       

      '내가 길이 되어 당신께로' 중...

       

       

       

       

       

      바람 속을 걷는 법


                             詩 이정하 

       

      그대여, 그립다는 말을 아십니까.
      그 눈물겨운 흔들림을 아십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집 밖을 나섰습니다.
      마땅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걷기라도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함께 걸었던 길을 혼자서 걷는 것은
      세상 무엇보다 싫었던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잊었다 생각했다가도 밤이면 속절없이 돋아나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천 근의 무게로 압박해오는
      그대여,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당신을
      가두고 풀어주는 내 마음감옥을 아시는지요
      잠시 스쳐간 그대로 인해 나는 얼마나 더
      흔들려야 하는지. 추억이라 이름 붙인 것들은
      그것이 다시는 올 수 없는 까닭이겠지만
      밤길을 걸으며 나는 일부러 그것들을
      차례차례 재현해봅니다. 그렇듯 삶이란 것은,
      내가 그리워한 사랑이라는 것은
      하나하나 맞이했다가 떠나보내는 세월 같은 것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만 남아
      떠난 사람의 마지막 눈빛을 언제까지나 떠올리다
      쓸쓸히 돌아서는 발자국 같은 것.

      그대여, 그립다는 말을 아십니까
      그 눈물겨운 흔들림을 아십니까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詩  이정하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치고 싶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잎보다 먼저 꽃이 만발하는 목련처럼
      사랑보다 먼저 아픔을 알게 했던,
      현실이 갈라놓은 선 이쪽 저쪽에서
      들킬세라 서둘러 자리를 비켜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가까이서 보고 싶었고
      가까이서 느끼고 싶었지만
      애당초 가까이 가지도 못했기에 잡을 수도 없었던,
      외려 한 걸음 더 떨어져서 지켜보아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음악을 듣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무슨 일을 하든간에 맨 먼저 생각나는 사람,
      눈을 감을수록 더욱 선명한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기어이 접어두고
      가슴 저리게 환히 웃던,

      잊을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빛은 그게 아니었던,
      너무도 긴 그림자에 쓸쓸히 무너지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겠지만
      내가 지칠때 까지 끊임없이 추억하다
      숨을 거두기 전까지는 마지막이란 말을
      절대로 입에 담고 싶지 않았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부르다 부르다 끝내 눈물 떨구고야 말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詩 정호승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겨울밤은 깊어서 눈만 내리고
      돌아갈 길 없는 오늘 눈오는 밤도
      하루의 일을 끝낸 작업장 부근
      촛불도 꺼져가는 어두운 방에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절망도 없는 이 절망의 세상
      슬픔도 없는 이 슬픔의 세상
      사랑하며 살아가면 봄눈이 온다.
      눈 맞으며 기다리던 기다림 만나
      눈 맞으며 그리웁던 기다림 만나
      얼씨구나 부등켜안고 웃어 보아라
      절씨구나 뺨 부비며 울어 보아라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봄 눈 내리는 보리밭 길 걷는 자들은
      누구든지 달려와서 가슴 가득히
      꿈을 받아라
      꿈을 받아라.

 

 

날마다 좋은날 되소서_()_

 

가끔은

 새벽에 시가 부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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